이하의 흔적들

잊지 말아야할 우리의 문화유산 건당식/2017년 2월 22일자/안동신문

이위발 시인 2017. 2. 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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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 건당식(建堂式)
2017-02-22 오전 10:38:13 조승엽 기자        

    이위발의 문화에세이-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문화유산 건당식(建堂式)
                                                                                        
     저자의 책을 받아 표지를 열어 보면 자필로 쓴 이름 옆에 낙관과 함께 위쪽에 호를 찍어서 보내는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사인만 해서 보내는 시집보다는 따뜻한 마음과 함께 소중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저도 책을 보낼 땐 가능하면 사인과 함께 낙관을 찍어서 보냅니다. 글씨나 그림을 완성한 뒤에 저자의 이름이나 그린 장소, 제작 연월일을 적어 넣고 도장을 찍는 것을 ‘낙성관지(落成款識)’라고 하는데, 이를 줄여서 낙관이라 합니다. 낙관에 쓰이는 도장은 두 가지인데, 성명은 음각으로 새기고, 호는 양각으로 새겨서 사용합니다.
     몇 년 전의 일입니다. 풍천의 구담정사에서 강원대학교 한문학과 교수로 계셨던 황재국 교수가 주관을 한 건당식(建堂式)이 있었습니다. 전 안동시의회 이대환 의장과 함께 황교수로부터 작호를 받는 의식 행사에 참여 하였습니다. 저는 기쁠이 노을하(怡霞)라는 작호를 받았습니다. 그날 건당식에서 이름에 인격을 담아 호를 짓고 불렀을 전통과 조상들의 마음을 곱씹고 되새김질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원래 건당식은 불가에서 승려가 출가할 때 은사(恩師)를 정하는 득도식(得道式)을 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행 끝에 남을 가르칠 수 있는 강사의 경지에 이르게 되면 법사를 정하게 됩니다. 그때 법사의 법맥을 계승하는 의식을 거행하는데 이를 건당식(建幢式)이라고 합니다. 즉, 건당은 법당을 세운다는 뜻이며, 법사가 불법의 전통을 제자에게 전해주고 제자는 스승으로부터 불법을 이어받아서 스승이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게 됩니다.
     불가에서의 건당식의 당자는 기당(幢)자를 쓰고 호를 받을 때 쓰는 건당식의 당자는 집당(堂)자를 씁니다.
     호(號)는 본 이름을 부르는 것을 피하는 풍속에 그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호가 사용되었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일반이나 사대부, 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보편화되어 사용되었습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여러 종류의 이름을 사용 하였는데 어릴 때 부르는 이름을 아명(兒名)이라 하였고, 성장하여 부르는 이름을 관명(冠名)이라 하였으며, 실명 대신 자(字)를 쓰거나 호(號)를 쓰기도 하였습니다. 지체 높은 어른이나 존경하는 분의 이름을 아래 사람이 함부로 부르는 것을 꺼리면서부터 사용되었습니다.
     본인이 지은 호는 자호(自號)라 하고 다른 사람이 지어준 호(號)는 아호(雅號)라 하였습니다. 죽은 자에게는 생전의 공적을 칭송하여 벼슬을 한 작위(爵位)가 있어야 시호(諡號)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호를 지을 때는 인생관이나 좌우명을 살펴서 뜻이 있는 문자를 사용하거나, 성품이나 직업에 어울리는 문자를 사용하기도 하고, 부르기 쉽고 쓰기 쉬운 글자를 사용 합니다. 또한 겸손하고 정감이 가는 글자를 택하는 것이 좋고, 호를 반드시 성씨와 연결할 필요는 없습니다.
     호는 대부분이 거처하는 곳이나 자신이 지향하는 뜻과 좋아하는 물건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거처하는 곳이 바뀜에 따라 호가 달리 사용되기도 합니다. 호는 집안에서 사용한다는 의미의 당호(堂號)와 시(詩), 서(書), 화(畵) 등에 쓰는 아호(雅號)로 나누어지기도 했으나, 뚜렷한 구별이 없어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호와 더불어 사용되었던 자(字)는 남자가 성인이 되었을 때 붙이는 이름입니다. 본명이 태어났을 때 부모에 의해 붙여지는 데 비해 자는 윗사람이 본인의 기호나 덕을 고려하여 붙이게 되며, 자가 생기면 본명은 별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본명을 휘명(諱名)이라고도 합니다. 흔히 윗사람에 대해서는 자신을 본명으로 말하지만 동년배 이하의 사람에게는 자를 씁니다.
     이렇듯 이름과 호나 자에도 그 뜻이 분명하게 있듯이 조상들이 물려준 우리의 유산인 건당식의 맥이 이어지길 바라면서 아호의 깊은 뜻을 다시한번 새겨봅니다.

     

    이위발(시인,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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