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2. 16:51ㆍ이하의 흔적들
[시] 시로 된장 담그고, 된장으로 시 빚다 | ||||||
시인 이위발, 첫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 펴내 | ||||||
이소리 글꾼(lsr21@naver.com) | ||||||
“시는 고향입니다. 어제의 고향이고, 내일의 고향입니다. 제 자신의 조급함에서 오는 이 세상의 모든 슬픔들의 고향이며, 우리가 영원히 가슴에 안고 뒹굴 우리 모두의 고향입니다. 이제 더 이상 아무 곳에나 시를 흘려버리고 달아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돌고 돌아 원천의 땅에 저는 다시 서 있습니다. 안개의 눈꽃이 되어…”-171~172쪽, ‘시는 어제의 고향이고 내일의 고향이다’에서 시인 이위발이 첫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엠블라)을 펴냈다. 지금 안동에 있는 이육사 문학관에서 사무국장을 맡아 일하고 있는 그가 펴낸 첫 산문집에서는 이 책 제목처럼 잘 익은 구수한 된장내음이 폴폴폴 풍긴다. 그가 담그는 된장이 곧 시요, 그가 쓰는 시가 곧 된장이라는 그 말이다. 그가 “시는 고향입니다. 어제의 고향이고, 내일의 고향입니다”라고 콕 짚어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 맞다. 내 고향은 창원이지만 그 어떤 사물을 떠올리며 시를 쓸 때 늘 어릴 때 창원에서 보았던 그 사물이 겹쳐진다. 시에서 고향(=된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피붙이, 살붙이이기 때문이다. 시인 이위발은 ‘책을 내면서’에서 “산이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모습을 송두리째 드러내는 법이 없다”고 쓴다. “보는 사람의 각도에 따라서, 계절에 따라서, 거리에 따라서, 마음 상태에 따라서 각각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 산은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동녘 산이 되기도 하고 서녘 산이 되기도 하지 않던가. 그는 “산은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 자기가 가진 무한한 측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다가서면서 보는 산이 다르고 물러서면서 보는 산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이렇듯 바라보는 것과 듣는 것에 마음속에 갇혀 있던 것들이 열리곤 한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바라보는 것과 듣는 것에 마음을 얹어 글로 풀어놓은 것들”이라고 마무리 지었다. 구수하게 익어가는 시골된장 닮은 산문 30꼭지
내가 어릴 때에도 창원 고향집 처마 아래엔 봄마다 제비집 서너 채가 지어지곤 했다. 어떤 게으른 제비는 작년에 지은 낡은 그 제비집을 몇 곳 고치기만 한 채 그대로 알을 낳아 새끼를 기르기도 했다. 아버지께서 작년 늦가을 초가지붕을 새롭게 이을 때 미처 허물지 못했던 그 제비집이었다. 아버지께서는 그렇게 제비들이 새로운 집을 지으면 그 제비집 아래 작은 널빤지를 받쳐주곤 했다. 제비새끼들이 누는 똥을 받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비새끼들이 마당에 떨어지지 못하게 하는 안전장치이기도 했다. 내가 어릴 때 맞이하는 봄은 그 제비새끼들이 짝짝 벌리는 노오란 주둥이로부터 깃들었다. 이 산문집은 구수하게 익어가는 시골된장을 닮은 산문이 큰 항아리 3개에 30꼭지가 알차게 담겨 있다. 첫 번째 독에 든 산문덩어리는 ‘이 세상천지에 나 아닌 것이 없다’, 두 번째 독에 담긴 산문덩어리는 ‘메주 향에서 시작되는 산매골의 봄’, 세 번째 독에 든 산문덩어리는 ‘시는 어제의 고향이고 내일의 고향이다’다. ‘제비 몰러 나간다!’ ‘한 편만 더 소설을 쓰고 싶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이 그립다’ ‘이 세상천지에 나 아닌 것이 없다’ ‘눈물 흘리는 항아리’ ‘메주 향에서 시작되는 산매골의 봄’ ‘가난을 원수로 여기면 가난 때문에 죽는다’ ‘안개 속에 묻혀버린 깍새를 찾아서’ ‘시를 쓸지언정 유언은 쓰지 않겠소!’ ‘빌뱅이 언덕에서 울려 퍼지는 말똥굴레 노래’ 등이 그 산문들. 시인 이위발은 “느끼고, 아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사랑했던 지난 시간의 흔적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속내를 털어 놓는다. “지난 것을 정리하는 것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요, 희망이요, 출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추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후회하게 된다”고 스스로 내뱉은 말을 이 산문집에 주워 담기라도 하듯이 말이다.
된장으로 세상살이를 빚는 시인 이위발, 그가 곧 시다 “처음 노후를 생각해서 집사람이 된장을 담가보겠다고 했을 때 저는 속으로 손뼉을 쳤습니다. 이미 장모님은 동네에서 장맛으로 정평이 나 있던 터라 맛에 대해선 이미 검증이 되었기 때문에 장소만 마련하면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국 와룡면 이하리에 빈집을 사서 수리를 해놓고 보니 그럴듯했습니다. 문제는 된장 이름인데 이것저것 떠올리며 고민을 하다가 장모님의 손맛을 이어간다는 뜻에서 이름을 따서 산매골 달분네 된장으로 결정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저와 장독과의 인연이 시작된 겁니다.”-94~95쪽, ‘눈물을 흘리는 항아리’에서 시집이라면 몰라도 사실 이 산문집을 놓고 글을 쓴다는 것, 그것이 쓸데없는 군더더기인지도 모른다. 이 산문집은 누구나 책을 펴고 읽으면 마치 고향에서 뛰어놀며 겪고 보았던 그 살가운 풍경이 저절로 가슴에 와 닿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 산문집을 읽으며 다가오는 그대로 느끼면 된다는 뜻이다. 시인 이위발 첫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에서는 ‘사람내음’, ‘고향내음’, ‘어머니내음’이 ‘시내음’으로 어우러져 있다. 시골에서 작고 하찮은 것 하나 하나에도 큰사랑을 듬뿍 쏟고 있는 시인 마음이 곧 시요, 고향이요, 잘 익어가는 된장이요, 사람이 억지로 다스리지 않은 자연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장독보다 장맛이 좋’은 시인 이위발. “겉모양은 보잘 것 없지만 속 내용이 알”찬 시인이 이위발이다. 그는 오늘도 시로 된장을 담그고, 시로 삼라만상을 담그고, 시로 세상살이를 담근다. 된장으로 시를 빚고, 된장으로 삼라만상을 빚고, 된장으로 세상살이를 빚는 시인 이위발, 그가 곧 시다. 시인 이위발은 1959년 경북 영양에서 조그만 산골에서 태어나 1993년 <현대시학>에 시 ‘퇴색한 바람이 일어서는 벼랑 끝’ 외 10편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92년 첫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을 펴냈으며, <바다풀의 노래>, <지성인의 칼럼> 등이 있다. 스스로 ‘된장 담그는 시인’으로 부르며, 진짜 된장을 시처럼 담그고 있는 시인은 서울산업대학교 문예창작과를 마쳤다.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예술학과에서 ‘이육사 시의 한자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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