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산문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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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품속을 다녀왔다!/2023년 8월 3일/산문
어머니의 품속을 다녀왔다! 며칠 전 고향을 다녀왔다. 변한 것이 없는데도 마음은 예전 같지 않았다. 설렘과 두근거림이 덜한 것은 세월 탓이라고 하더라도, 고향은 늘 평온하고 푸근했다. 그래서 그런지 고향을 ‘어머니 품속’ 같다고 한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정지용 시인의 『고향』이란 시의 마지막 연이다. 이 시는 화자가 고향에 대해 상실감을 표현하고 있지만 자신의 정서와 인식의 변화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고향은 과거가 있는 곳이며, 뿌리 내려있는 정든 곳이며, 마음속에 형성된 하나의 근원적 세계다. 고향은 공간, 시간, 마음, 이 세 가지가 합쳐진 복합된 원초적 샘이다. 공간, 시간, 마음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치우치는가는 선택할 수 없다. 어머니 뱃속에서의 생물학..
2023.08.03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2023년 8월 3일/산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느 날 문단 모임 자리에서 선배 시인으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이 시인! 세상에 사람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이득과 손해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옳고 그름을 먼저 생각하는 두 부류가 있네” 이야기의 결론은 사람을 만날 때 옳고 그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라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떠오른 것이 있었다. 할머니가 폐지를 싣고 가다가 건널목에서 폐지가 쏟아졌을 때 그냥 지나치는 사람과 폐지를 주워 리어카에 실어 주는 사람을 떠올렸다. 이런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저런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양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든 것처럼 옳고 그름을 생각하는 사람과 폐지를 주워 주는 사람에겐 다른 DNA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누구..
2023.08.03 -
바람이 되어도 하고 싶었던 말/2023년 8월 3일/산문
바람이 되어도 하고 싶었던 말 설날 아침, 세배하고 난 뒤 자식들에게 얘기했다. 덕담치곤 무겁게 들리겠지만 이번 기회에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한 말이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엄마, 아버지가 아파서 병원 가서 의사가 되돌아올 수 없단 말하면 연명하지 말고 장기 기증해라” 했다. 장기기증본부에 가입도 해놨다고 덧붙였다. 자식들의 얼굴은 무거웠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엄마, 아버지 죽고 난 뒤 절대로 제사 지내지 마라! 이 두 가지는 꼭 지켰으면 한다!”고 했다. 지금은 도시에 나가 각자도생하는 자식들한테 어릴 때부터 공부를 강조하진 않았다. 인사 잘하라는 것 가르쳤고, 남보다 앞서가라고 하지 않았고 남과 다르게 되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하면서 살라고도 했다. 그래서..
2023.08.03 -
길을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마라!/2023년 8월 1일/산문
길을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마라! 코로나 펜데믹 시대에 가까이 지내던 두 분이 돌아가셨다. 한 분은 가족보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과 신경 쓰며 살다 죽음을 맞았다. 또 한 분은 가족밖에 없고 주변 사람들엔 눈도 돌리지 않은 채 하늘나라로 가셨다. 가족에게 애정이 없었던 분은 밖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사셨다. 그런 연유인지 죽는 날까지 가족들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가족만이 유일한 삶의 전부였던 다른 분의 장례식장엔 가족들만이 쓸쓸하게 가는 길을 지켰다. 두 분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이 살아온 삶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가야 하는 길은 똑같지만 살아 있는 쪽에선 시각이 다를 수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이 연출한 극본 속에 사시다 가신 것이다. 결국 자기중심적으로..
2023.08.02 -
글쓰기 전에 사람이 먼저다!/2023년 8월 1일/산문
글쓰기 전에 사람이 먼저다! 처음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였다. 인사차 방문한 등단문예지 주간이 힘주어 말한 것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시 쓰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시를 쓸 것인지도 몰랐던 나에게는 그 의미의 깊이가 남다르게 다가왔다. 그 말을 듣고 대답은 씩씩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속엔 처신과 배려가 포함되어 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몸가짐을 잘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올해가 등단 30주년을 맞는 해다. 과연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글을 써 왔는지 뒤돌아보면 아쉽고, 후회도 된다. 그동안 문단에 몸담으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심에서 진정한 문인으로 살아왔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육사는 일제..
2023.08.02 -
결핍은 좌절이 아니라 희망이다/2023년 8월1일/산문
결핍은 좌절이 아니라 희망이다 아르놀트 겔렌’은 사람이란 '결핍의 존재'임을 밝혔다. 사람은 자신의 행위로 그 결핍을 보충하기 위한 과정을 통해 성취를 이루었다고 봤다. 결핍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다 그 길에서 죽음을 맞기도 한다. 결핍의 존재란 좌절도 겪게 되지만 성과도 이루면서 조금씩 채워가기도 한다. 때론 울고, 때론 웃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제가 처음 시를 배웠던 분이 고 오규원 시인이다. 시와 시론으로서도 문학사적 족적을 남긴 교수였다. 시 습작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강의 시간에 제 이름을 부르면서 지난 시간에 제출한 시를 칠판에 적으라고 했다. 우쭐한 마음에 나가서 적고 난 뒤 자리에 앉자마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이것을 시라고 착각하지마라! 이것은 대중가요 가사다!”..
2023.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