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8. 3. 09:55ㆍ이하의 산문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어느 날 문단 모임 자리에서 선배 시인으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이 시인! 세상에 사람은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이득과 손해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고, 또 하나는 옳고 그름을 먼저 생각하는 두 부류가 있네” 이야기의 결론은 사람을 만날 때 옳고 그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을 만나라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떠오른 것이 있었다. 할머니가 폐지를 싣고 가다가 건널목에서 폐지가 쏟아졌을 때 그냥 지나치는 사람과 폐지를 주워 리어카에 실어 주는 사람을 떠올렸다.
이런 사람은 좋은 사람이고 저런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양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든 것처럼 옳고 그름을 생각하는 사람과 폐지를 주워 주는 사람에겐 다른 DNA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랑을 주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힘도 바로 사랑이다.
인간은 평생 끊임없는 내면의 갈등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어찌 보면 인생이란 크고 작은 갈등과 선택의 연속이기도 하다. 특히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사회적 기준과 비교하면서 억제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 사랑도 마찬가지 그런 과정을 겪게 된다. 그 과정에 이성적 욕망과 사회적 제약 사이의 갈등을 자주 겪게 된다. 살아가면서 규범이라고 말하는 도덕이나 규칙을 강요받게 된다. 하지만 우리 내부에 꿈틀거리고 있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욕망과 쾌락이란 것이다. 이성과는 구분되는 감성 영역에서 나오는 욕구다. 그 욕구를 제어하고 장미꽃처럼 피어나게 하는 것이 사랑이다.
톨스토이가 깨달음으로 우리가 살아갈 이유를 찾아 쓴 작품이 바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사람 안에 있는 사랑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염려로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사랑 하나만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류의 역사 이래 수많은 예술 작품들을 통해 반복되어 온 주제가 바로 '사랑'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중에서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해도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감정, 누구나 가슴 속에 한 송이 장미를 키우고 있다. 그것이 사랑이란 꽃말을 가진 장미다.
알면서도 하지 못한다. 마음속에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다. 표현하고 싶은데 쑥스럽다. 그런 사랑을 밖으로 내놓지 못하면 변한다. 사랑이 왜 미움이나 슬픔으로 바뀌겠는가. 상대에 대한 이해가 아닌, 상대를 소유하려는 아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랑은 쉽게 고통으로 바뀌기도 한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랑이란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바라는 게 아니다. 둘을 주고 하나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아홉을 주고도 미처 주지 못한 하나를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결국 사람이 살면서 사랑을 주지 못하고 갈 때 가장 슬프기 때문이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가슴 밑에서 북받쳐 오르던 것이 있었다. 살아생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후회와 함께 밀려오던 그 슬픔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사랑한다고 말할 시간이 많이 남은 줄 알았습니다. 너무 먼 길을 돌아온 우리에게 행복만이 가득할 거라며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표현하기보다 아끼고, 멋쩍고, 수줍은 마음에 그저 웃었습니다. 당신이 가고 난 후 깨달았습니다.” 소설 『국화꽃 향기』 에 나오는 문장이 제 마음을 대신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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