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의 시모음(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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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시집<지난밤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3부~4부/2021년 출간/시인동네
제3부 한 가지 시선에 대한 오류 이 세상 모두를 사랑으로만 바라보는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두 번 다시, 사랑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나쁘진 않지만 사랑 때문에 다른 것이 죽어도 보지 못하는 당신을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두 번 다시, 달과 장미 이 순간 웃고 있는 것은 까닭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의 눈물 때문이라는 걸 알아. 걱정하지 마, 오늘 걱정은 오늘이 할 거야. 어제 고생은 어제로 충분하고, 이 몸은 목판에 놓인 엿가락이야. 가위로 자르든 엿치기를 하든 엿장수 마음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더우면 더운 대로 꽃은 떨어지지만 지지 않잖아. 내 발밑에 눈을 생각하면서 달을 보았어. 달이 껍질 벗은 복숭아로 보이는 거야, 고스란히 발가벗겨진 느낌 유통기한 지난 양념 통처럼 기분 나쁘게 끈끈했어...
2023.07.26 -
세 번째 시집<지난밤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1부~2부/2021년 출간/시인동네
지난밤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 이위발 시집 이위발 1959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 문학예술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 평전 『이육사』가 있다. 현재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E-mail: weebal2004@hanmail.net 시인의 말 느낀다는 것은 살아있음의 상징이다. 소설의 첫 문장이며 한 편의 시다. 떨림을 위해 그 찰나를 잡으려고 시선을 집중했다. 이제는 마음으로, 몸으로, 눈으로 쓰며 살고 싶다. 2021년 4월 이위발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문은 시선이다 경계 겨울의 반전 너의 변명은 참이었다 익지 않고 사는 법 가능성 버틴다는 것은..
2023.07.26 -
두 번째 시집<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3부~4부/2014년 출간/천년의 시작
제3부 비와 나무 사이 상처받고 다치는 것이 자신인 것을 알면서도 비는 무엇을 위해 제 몸을 날려 마구잡이로 깨어지고 부서지는가 빗물이 길과 나무들 깊숙이 스미어 번지고, 이편과 저편의 경계는 슬며시 지워지고 잠을 자고 있는 사람과 물먹은 나무들이 보이고 잠은 나무를 먹고, 사람은 물을 먹고, 빗물로 만나는 살 터진 우산처럼 불안한 사이 슬픔이 뭔지 모르는 그대에게 너에게 화가 난 것은 내 슬픔을 얘기했기 때문에 그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지 그것이 아니라고 얘기 했지만 슬픔은 꽈리처럼 터지려고만 했지 너에게 화가 난 것은 그 슬픔에 손을 내밀어 닦아 주고 아침저녁 내 눈물로 가꾸고 미소와 간사한 사랑으로 보살펴 주었지만 슬픔은 밤낮으로 자라고 자라 마침내 열매가 맺혔지 내 슬픔은 너를 보고 그 슬픔이 나의..
2023.07.26 -
두 번째 시집<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1부~2부/2014년 출간/천년의 시작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이 위 발 시집 시인의 말 첫 번째 시집 출간 이후 15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내보낸다. 평생 시집 세권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이제 한권의 시집이 남았다. 언제 출간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시집이 마지막 시집이 아니길 바랄뿐이다. 이 시집이 존재적 욕구로부터 해체해 놓을 수 있는 힘이 없다면 할 수 없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대상에 대한 동일성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나의 정체성과 그 증거를 위해 말들이 성성한 이 시대에 또 다른 의미의 나무가 되길... -이하 松霞詩舍에서 제1부 그대 떠난 빈자리에 • 바다의 전설 • 애월에서 • 연 • 복사꽃 • 걷는 다는 것은 • 숨어들다 • 바람에 의해 아름다워지는 너 • 땅을 딛고 있는 발끝에서 •..
2023.07.26 -
첫 시집<어느 모노드라마의 꿈>3막~4막/2001년 출간/생각하는 백성
제3막 갇혀 있는 자의 문 시뮬레이션 2 그림자 하나가 코카콜라를 물고 있다 길이 보이지 않는 바닥에 누워 있다 대굴대굴 뒹굴고 있다 화면 밖의 얼굴이 비웃고 있다 시물시물거린다 입가에선 검은 피가 흘러 내린다 안에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게임의 법칙이다 불도저 소리 포크레인 소리 크레인 소리 아파트가 절단되고 있다 하늘이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 솜털이 일어선다 빗줄기 소리 환청으로 다가온다 아가리 벌리고 기어온다 귀를 세운다 아랫입술을 물어뜯고 있다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들이 쏘아보고 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딱정벌레 한 마리가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 수많은 기호들이 꼬물거리며 따라온다 목을 감으려고 한다 핏빛이 화사하게 튀며 서로 엉킨다 코드가 끊어진 동굴 속이다 더럽게 더운 날이다 시뮬레이션 3..
2023.07.26 -
첫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1막~2막/2001년 출간/생각하는 백성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이위발 시집 책을 내면서 아침이 되면 의관을 갖추고 정좌를 하신 후, 사서오경을 펴 놓고 사랑방에서 제자들을 기다리시던 할아버지, 꼿꼿하면서도 대쪽 같은 성격이셨지만 눈빛만은 연못에 담긴 달처럼 그윽하셨다. 시골에 사시면서 흙 한번 손에 묻히지 않고 할머니의 근심어린 눈길마저 외면하시던 할아버지, 천자문을 배우다 딴전을 피운다고 담뱃대로 정신이 번쩍 들게 꾸지람하시던 할아버지, 시대의 흐름에 동조하지 않고 마지막 선비의 길을 가시다 외로운 생을 마감하신 할아버지, 이 시집을 당신께 바칩니다. 2001년 여름 차례 책을 내면서 제1막 어느 모노드라마의 생 시뮬레이션 1/13 무성시대/14 어느 모노드라마의 생/16 마지막 휴머니스트/17 객석에서 바라보다 1/22 객석에서 바라보다 2..
2023.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