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대산문학상 시상식을 다녀와서

2014. 11. 27. 11:07이하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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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작가의 작품평을 하고 있는 김병익 평론가

▲2014년 제22회 대산문학상 소설부문을 수상한 김원일 소설가

▲2014년 제22회 대산문학상 시부문을 수상한 박정대 시인

▲제22회 대산문학상 상패

▲뒤풀이에서 왼족부터 김요일 시인, 김도언 시인, 사진작가, 전윤호 시인, 박정대 시인

제22회 대산문학상에 시인 박정대·소설가 김원일씨

 

평론 부문 남진우씨, 번역 부문 엘렌 르브렝씨 선정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이 주관하는 제22회 대산문학상 수상자로 시 부문에 '체 게바라 만세'의 박정대 시인이, 소설 부문에 '아들의 아버지'의 소설가 김원일 씨가 각각 선정됐다.

평론 부문에서는 '폐허에서 꿈꾸다'의 남진우 명지대 교수, 번역 부문에서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불어로 번역한 엘렌 르브렝 씨가 각각 뽑혔다.  

박정대(49) 시인은 4일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제목을 가진 시집에 누가 상을 줄까' 저 자신도 기대를 안 했다"며 "지금도 전혀 실감이 안 난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심사위원들로부터 "시적 전언의 폭발력으로 최근 시단의 기계적이고 난해한 경향에 대한 의미 있는 반격"이라는 평을 받았다. 박 시인은 "시단의 시들이 옆 사람에게 속삭이듯 내면화되는 것에 대한 제 나름의 불만이라고 할까, 시집 제목만이라도 사회적인 발언을 해보자고 시집 제목을 '체 게바라 만세'로 했는데 막상 시집을 열면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제목을 이렇게 정하고 제 의도와 상관없이 말이 많을 것 같다는 예상을 했는데 제가 의도한 것과 다르게 읽히는 것 같았다"면서 "시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힘이 없는데 시인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시로 표현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세기 가까이 작품 활동을 해온 소설가 김원일(72) 씨는 "젊고 참신하고 훌륭한 작가들이 많은데 '70 넘은 노인이 아직 글을 쓰고 있구나' 심사위원들이 격려 차원에서 상을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단편을 두 편 쓰고 있는데 힘닿는 데까지 계속 쓰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1966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그는 장편소설 '마당 깊은 집' '불의 제전' '슬픈 시간의 기억' '어둠의 축제' 등을 냈고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요산문학상, 이상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이산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휩쓸었다.

수상작인 '아들의 아버지'는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은 기억에도 없는 아버지를 역사와 상상력으로 재구성해 낸 소설로, 작가의 50년에 걸친 문학적 증언으로 읽어도 무방할 만큼 소설이 가지고 있는 형식적 틀을 과감히 밀어내 버리고 오로지 경험과 실증, 성찰로써 한 시대를 추적해간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내 소설의 화두가 아버지 찾기, 아버지의 형성화"라면서 "이전 작품들에서는 약간의 추상화, 간접화의 고정을 거쳤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정공법으로 아버지의 실체를 다뤄봤다"고 소개했다.  

2007년 대산문학상 시 부문에서 상을 받아 '2관왕'을 한 남진우(54) 명지대 교수는 "큰 상을 두 차례나 받게 되어서 너무 민망하다"고 했다.

심사위원들로부터는 "특유의 미문으로 작품의 전모를 침착하게 분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도출하는 깊은 내공을 보였다. 정신분석학에 바탕을 둔 미시적 분석은 기존의 현상적 분석이 드러내지 못한 저층의 의미까지 순조롭게 드러내는 성과를 보였다"는 격찬을 받았다.  

남 교수는 "대학 다닐 때 김원일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는데 그때는 '꽃중년'이셨다"면서 "머리가 하얘진 선생님과 같이 상을 받게 돼 더 뜻깊은 것 같다"고 스승과 함께 수상하는 데 대한 남다른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1980년 한국으로 건너와 서강대 교수 등을 지내며 한국 문학을 프랑스에 알려온 엘렌 르브렝(79) 씨는 "(번역한) 작품이 나올 때마다 가장 기쁜 것은 프랑스 사람들에게 제가 느낀 것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한류, 강남스타일을 아는데 박완서, 김원일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작의 정서를 살린 등가 번역으로 독자적인 문학작품을 구현했다"는 평을 받은 그는 "박완서 작품을 읽으면서 감수성이 통했고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번역할 때 한 인간으로서 친구를 만난 것 같아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상금은 부문별 5천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26일 오후 6시 서울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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